똑똑똑...

교무실 문을 두드리고는 수줍은 표정의 학생이 들어온다.

손에는 여지없이 컨설팅지가 들려져있다.

고민이 있어 내게 컨설팅을 요청하고자하는 것이다.

나는 ‘상담’을 하기보다는 ‘컨설팅’을 선호한다.

수험생에게 매일 몇 번씩 울컥 올라오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그런 무조건적인... 미지근한 위로는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학생이 처한 상황의 인과관계를 파악해 그 고리를 끊어내고 정확하게 개선하는 것을 훨씬 사랑한다.

나와 우리 학생들은 그 과정을 컨설팅이라고 부른다.

지난 시간 나는 공무원에서만 12만 건의 질의와 컨설팅을 진행했고, 현장에서 수없이 많은 컨설팅을 이어왔다.

이 수줍은 남학생도 본인의 공부 이력과 고민을 컨설팅지에 가득 채워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리도 많았는지 뒷면도 모자라 포스트잇까지 붙여 왔다.

그와 컨설팅 스케줄을 잡고 그를 돌려보낸 후, 받아든 컨설팅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럴 리가 없는데? 단어책을 6회독이나 했는데, 점수가 안 나와? 심지어 기억나는 단어가 없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컨설팅지를 읽고 또 읽었다. 단어 학습 범위, 시점, 시간, 분량, 암기 방법까지 모든 것이 적절했다.

또한 컨설팅지 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글과 태도를 보았을 때, 글의 진위 여부가 ‘과장과 거짓’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궁금함을 참지 못 하고, 스케줄보다 앞당겨 그와 컨설팅을 진행했다.

"혹시 6회독했다는 책 볼 수 있겠어요?”

그가 가져다 준 단어장에서 내 확신은 더 굳어져갔다.

여러 차례의 회독으로 가장 자리가 낡아버린 책에 그의 노고의 시간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 그가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상태’라는 것에는 하나의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혹시 단어 외우고 테스트는 어떻게 보셨어요?”

"네? 테스트요? 그거 봐야하는 거였어요?”

그랬다.

그는 6회독을 하면서 매일 Day 1개씩 단어를 외우고 다음 Day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거기에 ‘원인’이 있었다. 힘차게 공부했지만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단어를 비롯해 매일 꾸준히 하는 공부에는 그에 대한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험에는 내가 공부한 내용에 대한 ‘구멍’을 파악하고 그리고 ‘메꾸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수험을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는 결국 바로 이 과정에서 생긴다.

그 수험생과 한참 컨설팅을 이어갔다. 딱 이 테스트의 과정이 누락된 것을 제외하고는 그의 방법과 태도가 옳았기 때문에, 1년 넘게 혼자 고민하던 그의 고민은 몇 주 안에 해결되었다. 

이후 그는 문제풀이 과정까지 겪으며 몇 번의 크고 작은 어려움마다 컨설팅을 요청했고 그렇게 그는 그 해 합격했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태라면, 반드시 ‘원인’이 있고 그리고 필연적인 ‘해결책’이 있다. 그 해결책을 찾는 과정까지가 나는 수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사인 나의 수험도 그때부터 바뀌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과정을 검토하고 보완해 나갔다. 그게 매일의 어휘 익힘지이고, 우리 수험생분들은 이 과정에 공감해 매일 자정 무렵 공부를 인증하고 나만의 ‘구멍’을 스스로 메꿔나가고 있다.

자정이 되어 우리 학생들의 게시글을 보고 있노라면 야식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이 인증들로 하여금 익힘지를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학생들도 테스트의 가치와 이유에 대해 경험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래서 이번에 메가 공무원으로 이적하면서 그간 너무 제작하고 싶었던 매달 공부한 내용을 매달 테스트할 수 있는 모의고사도 시작했다.

매일, 그리고 매달 내가 어떻게 공부하고 있고 또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수험은 전략이라면 그 전략에는 ‘영리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 방법 앞에 물러섬 없이 스스로를 평가하고 쿨하게 인정하는 나의 학생들이 나는 엄청 자랑스럽다. 

나의 수험 생활도 이렇게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채워나가기 위해서 그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 답은 교과서가 아닌, 교육학이 아닌, 수험생과 함께하는 컨설팅에 있다고 생각하고 오늘도 상담 일정을 잡아나간다. 

앞으로 이 칼럼을 통해 상담실 안에서만 이루어졌던 그 이야기를 하나씩 나누고자 한다. 

상담 사례 공개는 특정 이름을 제시하지 않고, 수험생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고 있으므로, ‘전략’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